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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pisode 04. 매일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산다는 건
작성자 AGE20'S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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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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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78

여행가고 싶은 마음이 다시 몽글몽글 피어나는 계절,




봄 바람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여름의 입구에 들어섰다.



글을 쓰는 삶을 시작한 이후

본업과 병행하며 글을 쓰다 보니

시간 여유가 거의 없어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사실 꿈만 꾸고 있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이미 난 매일 여행하며 살고 있었다. 


글을 쓰기 위해 회사 근처,

집 근처의 안 가본 장소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영감을 받으며 다니고 있으니까.




6월 초, 짧은 연휴의 첫 날.


선물로 받았던 케이크 마지막 조각과

연하게 내린 커피를 마셨다. 


엄마가 보내준 체리도 깨끗이 씻어서

입 안에 머금었더니

여름 느낌이 물씬 풍겼다. 


새로 산 파란 모자에

흰 스니커즈를 신고,

 애용하는 에코백에 키보드와

보조배터리를 넣고 길을 나섰다.







오늘 가려는 목적지는

이 동네에 이사온 지 2년이 다 되어가도록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동네였다. 


늘 타던 버스를 탔지만,

평소 내리던 정거장을 지나가니

그 때부턴 창 밖 풍경이 

모두 처음 보는 경치로 지나갔다. 


처음 가는 길, 처음 보는 풍경,

처음 느끼는 바람.


이렇게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이라니!

 



낯선 동네를 구경하기 위해

목적지보다 한 정거장 일찍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와!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가 가까이에 있었어?”








버스에서 내리자

눈앞에 유럽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오래된 아파트가 많은 동네였는데,

내가 그 전에 알고 있던

일반적인 아파트촌의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판타지 영화 속 마법의 터널 같은

아파트 단지 안 공원을 가로질러 

첫 목적지였던 콩국수집으로 갔다.


테이블이 3개뿐인 작은 가게라

손님이 많지 않았다. 


콩국수를 주문하고 나니

그 자리에서 바로 콩을 갈아서

콩국을 준비해주시는 모습을 보니 

기대감이 커졌다.


얼마 안돼서 준비된 콩국수 국물을

일단 한 스푼 떠먹어봤다. 


아! 역시 이번 여행도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린 콩이 살짝 씹히는 걸쭉한 콩국과

적당히 삶긴 면발, 

그리고 열무김치까지 함께 곁들여 먹으니 

    내가 사랑하는 콩국수를 먹을 수 있는

여름이 왔음이 느껴졌다.





다음 행선지는

핸드드립 커피가 맛있는 카페인데,

콩국수집에서 도보 20분 정도 거리라서 

따뜻한 햇살과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갔다. 


그런데 걸으면 걸을 수록

조금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다.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한 동네였는데,

걸어가면 갈 수록 더 동화같이 

예쁜 동네가 펼쳐졌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장소가 있었다니,

지난 2년 간 괜히

손해 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 카페는

이 예쁜 동네에 숨어있는 가게답게

더 동화 같았다.

 

입구부터 형형색색의 장미꽃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고,

 

오래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스위스 관광 기차를 탄 것 같은

나무 의자와 초록색 나무 창틀, 

유리 천장으로 비쳐 보이는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이 아름다운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무척 행복해졌다.




다양한 커피 원두 중에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풍미가 담긴 원두를 골랐다. 


예쁜 잔에 담겨 나온 커피는

역시 기대대로 맛있었고, 

이 카페에서 느끼는 내 행복감 덕분인지

그 이상의 만족감을 주었다.


글을 쓰기 위해 시작한

오늘의 여행은 이미 완벽한 상태였다.



잔잔한 일상으로 스쳐 지나갈 수 있던 하루가

특별한 여행이 될 수 있었던 건 

내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꼭 비행기를 타고 10시간 걸려서

도착한 곳만이 유럽이 아니고, 

여의도에서 1시간 기다려서 먹는

콩국수집만 맛집이 아니었다. 


매일 다니던 길에서

살짝 더 발걸음을 옮겼을 뿐인데, 

그 길에서 발견한 새로운 맛집과

새로운 산책길이

이렇게나 나를 설레게 해주는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




올 해부터 난 글과 함께 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일상에 글이 찾아온 이후의 나는,

어쩌다 가끔 큰 행복을 느끼는 것보단 

소소한 행복을 일상 속에서

자주 느끼는 삶을 살게 되었다.


매일 바라보는 풍경에서,

매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새로운 기쁨과 감동을 찾아내는 삶.



 

앞으로도 오직 지금 이 순간

사소하게 행복해지자.




바쁜 일상을 살면서도

햇살 아래 춤추는

나뭇잎을 보며 미소 짓고, 

공원을 산책하는 강아지의 꼬리를 따라

설레는 그런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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