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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pisode 03. 혼자인 나와 함께라서
작성자 AGE20'S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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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41

평소와 같은 아침.




여전히 사람이 넘쳐나는 출근길을 

무사히 지나 도착한 회사에서 

여러 사람들과 일 얘기를 나눈다. 




점심시간에는 주말에 친구를 만났거니 

누구랑 여행을 갔다 거니 하는 

얘기를 나누며


"와! 정말요? 재밌었겠어요!“라고 말함과 동시에 

퇴근 후 집에 가서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나를 상상한다. 




‘아- 슬슬 혼자 있고 싶다’면서.


그날 저녁, 배고픈 상태에서 인스타그램에 

우연히 뜬 일본 음식 사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점심시간에 나온 여행 얘기 때문이었을까?


원인은 모르겠다만 그날 나는 

일본행 비행기 표를 예매를 하고 

인생 처음으로 혼자.


무작정 떠나게 됐다.








새벽 같은 아침에 비몽사몽한 채로 도착한 공항에는 

함께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가족, 친구, 연인 … 어째 혼자 온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아 조금 긴장됐지만


나름 특별해 보이고 나쁘지 않았다.


창가 자리에 앉아 비행기의 작은 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본 후에 전 날에 구매한

카프카의 돌연한 출발이라는 책을 읽는다. 




돌연한 출발이라니. 너무 내 상황이잖아?







초면인 낯선 땅에 혼자인 나.


그 조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기에 

평소에 그다지 즐겨 하지도 않는 맥주도 

나름의 용기를 내서 주문해 보았다. 


그런데 세상에. 초밥과 맥주의 첫 모금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함께 여행하는 누군가를 붙잡고 호들갑을 떨며 

“맛있어“, ”미쳤어“등을 남발하진 못했지만 


미간을 찌푸리며 아직 다 삼키지도 않은 채 

한 접시 더 주문하기. 


다 먹고 나갈 때 엄치를 척 올리며 

맛있었다는 감사 인사하기. 


나 혼자도 호들갑 떨 수 있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가득 채우고는 

목적지 없이 걷고 또 걸었다.


뭐야. 4~5월의 일본은 덥다더니 

푸른색의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얼른 걸어보라며 발걸음을 재촉할 정도로 

기분 좋아지는 날씨였다. 


마침 이 거짓말같이 예쁜 날씨의 ost라 해도 

믿을 만큼 어울리는 노래도 흘러나왔다.


신호등이 바뀌었다. 


띠링 거리는 자전거 경적, 

꼬마 아이의 조잘거림과 여고생 무리의 웃는 소리, 

어딘가 급박하게 전화를 하는듯한 회사원 등.. 


여러 사람이 교차하는 이곳에서의 나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까지도 들었다.


 






오후의 주황빛 하늘도, 

윤슬이 빛나는 강에 비치는 도심의 건물들도, 

일을 끝내고 포장마차에서 맥주 한잔하는 사람들도. 


두 눈에 가득 담으며 천천히 그렇게 걸었다.




공기가 살짝 차가워질 때 즈음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어묵과 맥주를 마시며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섞이기도 했다. 


서툰 일본어로 혼자가 아니면 

만나지 못할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었다.








다음 날은 도시락을 하나 구입해 

왕복 5시간의 기차를 타기도 했다.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사람이 없는 숲을 걷다 

도착한 곳에서 온천도 해보고


그 덕에 막상 가려던 맛집은 허탕을 치기도 했다.

그것조차도 이상하게 즐거웠다.







기차로 걸어가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에서

짧았던 3일을 곱씹으며 


거짓말같이 벅차게도 행복했다.







여행 이후에 깨달은 건데

아마도 나는 ’혼자라서‘가 아니라


‘혼자인 나와 함께라서‘ 

행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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