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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pisode 01. 13시간 전의 그를 사랑한다.
작성자 AGE20'S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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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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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41

알람이 울리면 눈이 채 떠지기도 전에 

자는 동안 온 메시지를 읽는다.


점심은 맛있게 먹었는지, 회사에서 별일은 없었는지, 

친구와 본 영화는 어땠는지.

 

그의 하루가 묻어나는 몇 개의 사진과 글을 확인한다. 




외출 전 한껏 멋 부리고 찍은 거울 셀카와

바자회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우리 이름의 알파벳 비즈가 달린 팔찌 사진이 도착해 있었다.


메시지에 하나하나 답장하며 출근길을 나선다. 

그리고 안부 인사를 물어볼 겸 전화하려고 챙긴 줄 이어폰을 꺼낸다. 




우리는 11,059km와 13시간을 넘어서

한국-미국 장거리 연애 중이다.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요즘은 써머 타임 덕분에 시차 1시간이 줄어들어 

꽤 비슷한 시간대에 살고 있다.


내가 주말에 종종 낮잠을 자기도 해

가끔은 같은 시간에 비슷한 삶을 살기도 한다.

데이트는 일주일에 한 번 한다. 




서울은 토요일 오전, 뉴욕은 금요일 저녁일 때.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만나 똑같이 초밥을 먹으며

화면을 공유해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 


로맨스 영화의 슬픈 장면에 과몰입해서 눈물 콧물 흘리기도 한다. 

이때 음소거를 해놓고 시원하게 코를 풀 수 있다는 것이 

장거리 연애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화면을 잠시 멈춰놓고 7시간 수다를 떨 때도 있다. 

그렇게 8개월 째 다 보지 못한 영화도 있다.





"어제 봤는데 오늘도 보고 싶다. 우리 동네 놀러 올래?"


"좋아!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그가 컨디션 악화로 잠깐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나누었던 

사소한 대화가 우리에겐 참 특별했다. 


일 년에 두 번 며칠만 같은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 

같은 저녁 달빛 아래서 잠들기 때문이다.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고 걱정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초록색 커플티를 입고 길을 걸으며

서로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떨어져 있을 때 서로를 많이 생각하자며 커플링을 맞추러 갔다. 


둘의 취향이 교집합 된 반지 디자인을 고르고,

각자 반지에 상대의 이니셜을 추가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난관이 발생하기도 했다. 

완성된 반지를 수령하는데 최소 2주가 걸린다는 것이었다.

한국에 있는 내가 반지를 받아 해외 배송으로 보내기로 했다. 

귀금속을 택배로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하하.





집 앞에 핀 커다랗고 빨간 장미의 향을

당장 공유할 수 없어서 참 아쉬운 사이. 


그럼에도 전화와 메시지로 나눈 몇 개의 대화가 

텅 빈 하루를 꽉 채워주는 사이. 


장거리 연애를 어떻게 유지하냐고 묻는 이들에게 답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보다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지구 저편에서

어제를 살아가는 그를 사랑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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